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
초점이 관건인 그 순간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죠. 도시 여행을 만끽하던 중, 동행이 갑자기 ‘SNS에 올릴 완벽한 사진’을 원할 때 말이죠. 이럴 땐 금세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특히 레인지파인더 방식의 카메라에 밝고 광각인 50mm 주미룩스-M 렌즈를 장착했다면, 더욱 정확한 초점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저는 비조플렉스 2를 꺼냅니다. 이 장비와 함께라면 ‘보이는 대로 담긴다(What you see is what you get)’는 말을 믿을 수 있거든요. 피사계 심도가 아주 얕은 상황에서도 초점이 정확하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그 확신 덕분에 저는 여유롭게, 그리고 바로 완벽한 한 장을 찍을 수 있죠.
최근에 포르투에서 5일간 머물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제 커리어 중 가장 인상 깊고 감사한 촬영 순간을 경험했죠. 포르투의 거리와 황홀한 석양은 단연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지만 제 기억에 남는 것은 자주 질문 받는 장비, 바로 라이카 비조플렉스 2입니다.
저는 레인지파인더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사실 라이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라이카 M 유저들이 전자식 외장 뷰파인더를 추가하는 걸 망설이는 이유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포르투에서의 시간 동안 비조플렉스 2는 단순한 편의 장비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는 제 촬영 루틴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장비가 되었죠. 지금부터 EVF가 제 여행 장비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들을 알려드릴게요.

까다로운 조명 환경에서의 촬영? 문제없습니다.
포르투에서는 경이로운 석양을 여러 번 마주할 수 있었고, 빛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죠. 여행 내내 날씨가 늘 좋았던 건 아닌데도요. 그래도 도루강 위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Dom Luís I)에서 바라본 파노라마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레인지파인더 방식으로 밝은 하늘과 어두운 전경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석양에 눈이 부시거나, 카메라 뒷면 모니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죠. 예전에는 이런 장면을 그냥 기본적으로 어둡게 찍고, 후보정으로 밝기를 조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조플렉스 2를 통해 최종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까다로운 조명 조건에서도 정확한 노출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촬영 결과를 보다 쉽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레인지파인더를 넘어서
레인지파인더는 28mm에서 90mm 구간에서 가장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넓거나 긴 초점 거리의 렌즈를 사용하면 점점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90mm 렌즈의 경우 프레임 라인이 너무 작아져 포커스 조절이 어렵고, 28mm보다 더 광각 렌즈를 사용하면 전체 구도를 프레임 안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비조플렉스 2가 큰 역할을 합니다. 표준 레인지파인더 범위를 넘어선 렌즈들도 이 전자식 뷰파인더를 통해 정확하게 구도와 초점을 잡을 수 있게 되죠.
게다가 라이카 렌즈 중에는 레인지파인더와 호환되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빈티지 수동 렌즈나, R 마운트 렌즈들도 여기에 해당하죠. 이 렌즈들로는 광학식 뷰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비조플렉스 2를 활용하면 카메라에 눈을 대고 클래식한 촬영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렌즈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조플렉스 2는 라이카 M 시스템의 가능성을 더 넓혀주는 도구이자, 개성 있는 렌즈를 즐기는 사진가들에게 꼭 필요한 장비입니다.

허리 높이와 낮은 각도에서도 자유롭게 촬영
비조플렉스 2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는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카 사진들은 대부분 눈높이에서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촬영된 것들이죠. 하지만 레인지파인더 방식의 카메라로는 허리 높이나 그보다 낮은 시점에서 촬영하는 것이 꽤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대로 된 구도를 잡기 위해 종종 바닥에 몸을 거의 눕히다시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제 여자친구는 웃곤 하죠.
EVF는 틸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허리 높이 또는 낮은 앵글에서의 촬영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덕분에 저는 비조플렉스 2가 없었다면 담을 수 없었을 사진들을 손에 넣고 집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예상 밖의 시너지, M10 모노크롬과의 완벽한 조화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습니다. 작년에 M10 모노크롬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전형적인 레인지파인더 스타일의 촬영을 온전히 즐길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더 자주 비조플렉스에 손이 가더군요.
이 변화는 ‘카메라 내에서 노출을 완성한다’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출이란 단순히 기술적으로 ‘정확한’ 노출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노출을 낮추거나 높여서 사진 속 빛을 강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M10 모노크롬의 파일은 이런 섬세한 접근을 잘 담아냅니다. 후보정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촬영 후 바로 공유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레인지파인더로도 충분히 정밀하지만, EVF를 쓰면 매번 정확히 원하는 지점에 초점이 맞는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보이는 대로 담기는’ 것이죠.
Adam Gough

Adam Gough
아담 고프는 영국 출신의 사진가이자 영상 제작자로, 천천히 의식적으로 찍는 사진을 추구합니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진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한 장의 사진 뒤에 숨은 장인 정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담의 작업은 일상의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조용히 펼쳐지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데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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